마술 같은 僞藥의 효과-수수께끼

아래글은 문화일보(1998.10.26)에서 퍼온 글로 위약효과(플라시보)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라이트씨는 앞으로 며칠밖에 살지 못할 말기 암환자였다. 오렌지만한 종양이 있었던 그는 일부 과학자들이 항암 효과가 있을 것이라 고 주장하는 ‘크레비오젠’이란 말의 혈청을 구해 치료를 받았다. 그 결과 3일 뒤 그는 매우 호전돼 담당의사도 놀라워했다. 의사는 그의 종양이 난로 위의 눈처럼 거의 녹아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달 뒤 말의 혈청이 터무니 없는 가짜 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뒤 환자의 종양은 재발됐다. 그럼에도 의사는 그 말을 믿지 말라며, 전보다 두배나 더 강력한 혈청주사를 놓았다.

알고보니 그것은 물이었지만, 종양 조직은 없어지는 듯했다. 라이트씨는 다시 그것이 효과가 없다는 확실한 보고를 접하기 이틀 전까지 매우 건강한 상태였으나 결국 사망했다.

의사들은 이런 일은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치부해 버리곤 했다.

그러나 이제 僞藥(위약)의 효과가 아주 강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과학자 들은 새로운 뇌의 영상술을 이용하여 생각이나 믿음 혹은 욕망따위를 세포 나 조직 또는 기관의 변화를 일으키는 물질로 전환시키는 많은 생물학적 기 전을 밝혀보려고 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사람의 인식이라는 것이 외부 세계 로부터 뇌로 들어오는 정보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과거 경험에 입각한 뇌 의 기대에 근거한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위약이란 환자를 기쁘게 하 기 위해 베푸는 가짜 약으로 그 자체의 고유한 약리적 성분은 없다.
1940년대까지도 미국 의사들은 위약효과를 내기 위해 설탕약을 여러 모양 이나 색으로 만들어 환자들에게 주었다. 의학이 발달한 최근에도 위약의 힘은 줄어들지 않았다. 텍사스의 의사들은 무릎에 대한 관절경 수술에서 위약효과를 볼 수 있었다 . 일부 환자들에게는 마취후 절개만 하고 아무 치료도 하지 않았다. 수술 후 2년이 지나 가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실제 수술을 받은 사람들과 똑같 은 정도의 통증 및 부종의 호전을 보였다.

대머리 치료제에 대한 최근의 한 조사에서도 이 약을 복용한 사람의 86%가 효과를 보았는데, 위약을 복용한 사람도 42%나 그 효과를 보았다. 위약의 특이한 효과에 대한 연구들도 있다. 기관지 천식을 앓고 있는 베네 수엘라의 어린이들에게 기관지 확장제와 함께 바닐라향을 흡입하게 하였더 니, 나중엔 바닐라 향만 주어도 33%에서는 기관지 확장제 치료와 같은 효과 를 얻을 수 있었다. 튤레인 대학에서 아일린 팰리스 박사는 불감증이 있다는 여성들의 성적 흥 분을 회복시키기 위한 실험을 했다.바이오피드백 기계를 이용, 흥분의 척도 가 되는 질의 혈류를 측정한다고 미리 일러둔 뒤, 성적 자극을 보여주고 30 초 이내 질의 혈류가 증가됐다는 가짜 바이오피드백 신호를 보냈더니 정말로 흥분을 했다는 것이다.
커시 박사는 위약이 진통제를 비롯한 대부분 약의 55∼60%정도의 효과를 보인다고 말했다.더욱이 통증을 완화시키는 위약은 모르핀을 차단하는 약제 인 날록손에 의해서도 그 효과가 차단된다. 한동안 많은 과학자들은 위약이 엔돌핀이라고 하는 모르핀과 유사한 인체 의 천연물질을 분비시킴으로써 작용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이것만으 로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위약이 신체에 전반적으로 작용하기 도 하지만, 아주 특이한 효과를 내기도 한다. 일본에서의 한 실험에서 옻나 무에 심한 알레르기를 보이는 13명의 환자들에게 한쪽 팔에는 무해한 잎을 문지르고 반대편에는 옻나무를 문지르면서 환자에게는 정반대로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13명 모두 무해한 잎으로 문지른 팔에서 피부 발진이 생겼고 2 명만이 실제 옻나무에 반응을 나타냈다. 위약은 진짜 약처럼 가려움증 설사 메스꺼움 등의 부작용이나 맥박 혈압 위장 기능 그리고 음경의 팽배나 피부 상태의 변화 등 아주 신기한 일도 일 으킨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위약이 어떻게 효과를 나타내는가에 대한 해답은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일 에 관해 뇌가 무엇을 예기하는지를 인지하는 신경심리학의 새로운 영역인 기대이론에서 찾을 수 있다. 고전적인 조건반사 이론(종소리와 함께 밥을 주어버릇 하면 개가 종소리만 듣고도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실험)에서처럼 예기에는 이와 연관된 학습 을 필요로 한다. 의학적 치료란 이런 조건화의 시도라고 커시 박사는 지적 한다. 의사의 흰 가운, 간호사의 목소리, 소독약 냄새, 주사 바늘 등은 이 전의 경험을 통해 의미를 가지게 되고 증상의 호전이란 기대를 갖게 해 준 다. 알약이나 주사는 곧 유효성분을 의미하므로 나중에 유효성분이 없는 위 약을 복용해도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대체의학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 지속적 인기를 위약효과로 설명할 수 있 다고 말한다. 정통적인 치료가 만성질환이나 난치병에 도움이 되지 못할 때 , 침술가나 동종요법가 혹은 척추지압사들은 고통받는 환자를 돕기 위해 미 리 만들어진 강력한 믿음체계를 가지고 구원의 손길을 보낸다는 것이다. 기 대이론은 많은 과학자들이 뇌와 면역계 및 내분비계가 얼마나 밀접하게 서 로 연관되어 있는지를 깨닫기 시작한 10년전쯤 등장했다. 만성적 스트레스는 세로토닌, 코르티솔, 사이토카인, 인터루킨등 인체의 수많은 화학물질이 관련된 일련의 생화학적 변화를 가동시킨다. 그런 스트 레스는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약화시키고 유전자의 발현을 변화시킨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상처가 늦게 치유되며, 헤르페스 같은 잠재 바이러스가 피부발진을 일으키며, 기억형성에 관여하는 뇌세포들이 죽는다. 생각이나 믿음이 화학적 변화를 일으켜 치유와 건강상태를 이끌 수도 있다. 예컨대 위약은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건강이라는 자연적인 상태를 회복하도록 도와 준다. 또 위약반응에 특수한 분자가 관여할지 모른다. 스트레스에 처한 동 물들은 뇌에서 신경안정제인 발륨과 유사한 물질을 만들어내며, 사람의 뇌 도 이와 흡사한 기능을 갖는다.
신경과학자인 마르셀 킨즈번 박사에 의하면 뇌가 활성화하는 패턴은 두 가 지다. 뇌는 외부세계에서 들어오는 정보들, 즉 냄새 맛 시각적이미지 소리 등에 의해 활성화한다. 동시에 대뇌의 피질은 기억과 느낌에 의존, 곧 일어 나리라고 예상되는 것과 관련된 뇌의 활동의 패턴을 만들어 낸다.
이런 결과 ‘나타나는 기대’란 외부 세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만큼 실제 적으로 발생되는 뇌의 상태이다. 예를 들면, 원숭이가 어떤 행동의 결과 사과주스 같은 보상을 기대하게 될 때, 실제 뇌속의 세포들은 이를 받기 20∼ 30초전에 작동을 한다고 한다.즉 예기란 것은 뇌의 신경 생화학적 반응속에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모르핀은 통증을 경감시키기 위해 뇌의 패턴을 변화시킬 것이다.위약도 마 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명백히 위약은 한계가 있다.대부분의 사람들은 암 이나 에이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기대하지 않는다. 예일 대학의 소화기 내과 전문가인 하워드 스피로 박사는“어떤 질환들은 소방용 호스처럼 강력한 힘이 있어야 치료된다. 어떤 병들은 몇방울의 물만 가지고도 해결될 수도 있는데, 아마도 이런 질환들이 위약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병일 것이다”고 말한다. <Sandra Blakeslee/번역=강북삼성병원 신 경과 李漢普교수>